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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전 구간을 정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섬 코스를 가야 하는지 여부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도, 가파도, 추자도를 포함한 부속 섬들을 모두 돌아야만 공식적인 완주 증서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본섬의 바닷길만 걷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제주 올레길 공식 인증의 기준은 총 27개 코스, 약 437킬로미터를 전부 밟는 것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설레는 마음이 앞서지만 막상 지도를 펼쳐보면 섬으로 들어가는 배편과 날씨를 계산하는 일이 만만치 않게 느껴집니다. 저 역시 처음에 우도를 갈 때는 소풍 가는 기분이었지만 추자도 코스에 접어들었을 때는 파도 때문에 배가 끊길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섬 코스는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 제주의 바다 기상을 온몸으로 체감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을 빼놓고는 결코 완주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완주 인증을 받으려면 제주 올레 패스포트에 27개 코스의 시작, 중간, 종점 스탬프를 모두 찍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본섬을 한 바퀴 도는 1코스부터 21코스까지의 메인 길 외에도 5개의 서브 코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우도(1-1), 가파도(10-1), 추자도(18-1, 18-2)는 반드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구간이라 일정 짜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추자도는 18-1과 18-2 두 개의 긴 코스로 나뉘어 있어 당일치기로는 도저히 소화하기 힘든 분량입니다. 섬 안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굴비 정식을 먹어보는 경험은 본섬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이런 섬들을 거치지 않고서는 제주의 진짜 얼굴을 다 보았다고 말하기 어렵기에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도 이 코스들을 필수 요건으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반드시 들러야 할 섬 코스 네 곳을 한눈에 확인하세요
각 섬마다 걷는 거리와 난이도가 제각각이라 미리 신체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도나 가파도는 평탄한 길이 많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지만 추자도는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는 험한 길이 섞여 있어 등산화를 꽉 조여 매야 합니다. 아래는 완주를 위해 여러분이 발을 들여야 할 구체적인 섬 코스 정보입니다.
| 코스 번호 | 장소 | 거리 | 소요 시간(예상) |
|---|---|---|---|
| 1-1 코스 | 우도 | 11.3km | 4 ~ 5시간 |
| 10-1 코스 | 가파도 | 4.2km | 1 ~ 2시간 |
| 18-1 코스 | 추자도(상추자) | 18.2km | 6 ~ 8시간 |
| 18-2 코스 | 추자도(하추자) | 10.2km | 3 ~ 4시간 |
가파도는 코스가 짧아 쉬워 보이지만 청보리 시즌에는 관광객이 몰려 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우도는 해안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스쿠터나 전기차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보행자 안전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합니다. 추자도는 두 코스를 합치면 30킬로미터에 육박하므로 무리하게 하루 만에 끝내려다가는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배편 예약과 날씨가 변수가 되는 순간들
섬 올레의 최대 걸림돌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날씨와 파도입니다. 아침에 맑았다고 해서 방심했다가는 오후에 풍랑 주의보가 내려 섬에 갇히는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파도에 들어갔다가 갑작스러운 안개 때문에 마지막 배가 결항되어 계획에 없던 민박집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때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섬 코스를 계획할 때는 제주올레 공식 홈페이지(jejuolle.org)나 올레 패스 앱을 수시로 확인하며 기상 악화 시 운영 여부를 체크해야 합니다. 섬으로 향하는 배편은 성산항, 운진항, 제주항 등 출발지가 제각각이라 동선을 짤 때 숙소 위치를 잘 잡는 것이 요령입니다. 배표를 예매할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승선 신고서를 작성하는 시간까지 고려해 출항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여유롭습니다.
직접 걸어보며 느낀 발바닥의 통증과 현실적인 고충
완주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앞만 보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종아리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는 시점이 옵니다. 특히 섬 코스는 아스팔트 길과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섞여 있어 충격 흡수가 잘 안 되는 신발을 신으면 금방 피로해집니다. 저도 예쁜 사진을 찍겠다고 가벼운 단화를 신고 우도를 돌았다가 다음 날 제대로 걷지 못해 일주일을 쉬어야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 섬 안에는 편의점이나 식당이 많지 않은 구간이 있으니 비상용 간식과 물을 꼭 챙기세요.
- 추자도 같은 장거리 코스는 스틱을 활용해 체중을 분산시켜야 무릎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 여름철 섬 그늘은 본섬보다 귀하므로 챙이 넓은 모자와 선크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배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서두르다 보면 길을 잃기 쉬우니 리본을 잘 확인하세요.
섬 코스를 돌며 느낀 또 다른 한계는 물가입니다. 섬 특성상 식재료 운반비 때문인지 본섬보다 식비가 조금 더 비싸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혼자 걷는 여행자에게 1인 식사를 내어주지 않는 야박한 식당을 만날 때면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여행의 일부라고 허허 웃어넘길 여유가 필요합니다. 완주는 속도전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대화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437킬로미터의 대장정 중에서 섬 코스는 마침표를 찍기 위한 화룡점정과 같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며 점점 멀어지는 제주 본섬을 바라보는 기분은 오직 올레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비록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일정이 꼬이고 다리는 천근만근 무겁겠지만 섬 구석구석의 스탬프를 모두 찍었을 때의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비바람을 뚫고 섬의 언덕을 넘어 마침내 완주 증서를 손에 쥐는 그날, 여러분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